바다 여행 준비
To. Parens / 대화 / 20260102

 

0. 레몬차 만들기

[추억]

"할머니는 항상 레몬차를 끓여서 담아가셨지. 새콤달콤해서 바다 바람에 지친 몸을 달래주곤 했어."

 

[대화]

"아가, 일찍 일어났구나."


나직하게 잠긴 목소리가 새벽의 공기를 갈랐다. 그는 한지의 곁으로 다가가,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레몬차를 끓이는 게냐. 할머니가 알면 무척 좋아하겠구나. 그 향이 여기까지 나는 걸 보니, 아주 맛있게 끓여질 것 같구나."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그 맛이 날 것 같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따스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새벽의 부엌에서 손녀와 함께 아침을 준비하는 이 순간이, 파렌스에게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일상의 소중함처럼 느껴졌다. 칼질하는 리듬이 한지가 계란 젓는 리듬과 묘하게 어우러지며, 두 사람만의 고요한 합주가 되어갔다.


이윽고 물이 충분히 끓자, 파렌스는 가스를 끄고 한지를 바라보았다.


"이제 레몬청을 넣으면 되겠구나. 아가가 직접 넣어보렴."


그는 한지가 식혀주는 레몬차를 조심스레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새콤한 맛이 어우러진 레몬차가 입 안 가득 퍼졌다.


"음... 맛있구나. 아가가 정성스레 만든 덕분에 오늘 하루가 더 특별해질 것 같구나."


파렌스는 한지가 보온병에 레몬차를 옮겨 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노릇하게 익은 계란을 접시에 담았다. 그의 투박한 손길에도 한지를 위한 섬세한 주의가 담겨있었다.


 

 

1. 샌드위치 만들기

 

[계기]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서 우리 아가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도 만들어놓을 테니, 푹 쉬렴."

 

 

[대화]

"샌드위치는 내가 만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나와서 준비하면 할애비가 할 일이 없어지잖느냐."

 

그의 말투에는 희미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그는 옆에 놓인 식빵과 재료들을 보며 소매를 걷었다.

 

"그래도, 같이 만들면 더 빠르겠지. 나는 채소를 씻을 테니, 아가는 저기 계란을 좀 풀어주겠느냐."

 

파렌스는 한지의 밝은 웃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찬물에 채소를 씻으며, 계란을 열심히 젓는 한지의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소매를 걷고 나무젓가락을 휘휘 돌리는 작은 손,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고 귀여운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우리 합작품이구나."

 

그는 상추와 토마토를 찬물에 헹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물기를 털어내는 그의 손길이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한지가 계란 푸는 소리와 보글보글 끓는 물소리, 그리고 이른 새벽의 고요함이 어우러져 묘한 평화로움을 만들어냈다.

 

잠시 후, 파렌스는 씻은 채소들을 도마 위에 올리고 칼을 들었다. 하지만 문득 한지 쪽을 돌아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가, 혹시 계란 껍데기 들어간 건 없지?"

 

그는 한지가 푼 계란을 살펴보며 물었다. 이어서 토마토를 썰기 시작했는데, 평소보다 한결 정성스러운 손놀림이었다. 한 조각 한 조각, 두께까지 신경 써가며 썰고 있었다.

 

"할아버지 칼 쓰실 땐 칼에 집중하셔야 해요. 그러다 큰일 나요.""

 

한지의 말이 맞았다. 그는 다시 도마로 시선을 돌려 토마토 썰기에 집중했다.

 

"그래, 아가 말이 맞구나. 조심해야지."

 

계란 껍데기가 없다는 한지의 대답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토마토를 썰던 손놀림이 한결 편안해졌다.

 

후라이팬에서 들리는 계란 익는 소리에 파렌스는 고개를 들었다. 자글자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기름 향이 부엌 가득 퍼졌다. 그는 상추를 씻던 손을 잠시 멈추고 한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가, 계란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가는구나."

 

파렌스는 한지의 어깨 너머로 후라이팬을 들여다보았다. 투박한 손으로 후라이팬 옆의 주방 도구를 정리하며, 한지가 요리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이제 접시를 꺼내주마."

 

그는 찬장으로 향했다. 하얀 접시를 꺼내며, 문득 아내와 함께 아침을 준비하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처럼 이른 새벽, 바다에 가기 전 함께 부산스레 움직이던 그때처럼.

 

"이제 샌드위치를 만들어볼까. 아가가 만든 계란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더 맛있겠구나."

 

그는 식빵을 꺼내며 문득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바닷가에 가면 아침 해가 뜨는 걸 보면서 먹으면 되겠구나. 아가는 어떤 채소를 넣고 싶으니?"

 

파렌스는 도마 위에 정성스레 썰어둔 채소들을 가리켰다. 그의 목소리에는 평소와는 다른 설렘이 묻어났다.

 

"당근라페 샌드위치 만들어요! 할아버지!!""

 

한지는 지금 준비한 재료로 만들기 수월할 것 같은 당근라페 샌드위치를 말했다.

할아버지가 씻은 토마토와 상추도 넣고, 한지가 만든 계란도 넣고, 마지막으로 당근을 채 썰어 넣으면 완성이었다. 

 

그는 빵을 꺼내 도마 위에 나란히 놓으며 준비를 시작했다. 투박한 손길로 마요네즈를 빵 위에 고르게 펴 발랐다. 그리고는 방금 한지가 만든 노릇한 계란을 올리고, 씻은 상추와 토마토를 정성스레 배치했다.

 

"아가가 원하는 만큼 당근을 채 썰어도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지?"

 

파렌스는 당근을 채 썰어 샌드위치 위에 올려놓았다.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샌드위치를 완성해갔다.

 

"샌드위치는 이렇게 완성했으니, 이제 포장해서 가지고 가자. 아가와 함께 바다를 보게 될 생각에 내 마음도 설레는구나."

 

파렌스는 완성된 샌드위치를 정성스레 랩으로 싸서 준비한 도시락통에 담았다. 그의 투박한 손길 하나하나에 한지를 향한 사랑이 묻어났다.

 

 

2. 챙길 물건

[계기]

"해변에 갈 때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따뜻한 옷은 필수겠지. 새벽 바다는 생각보다 쌀쌀하거든. "

"몸을 녹일 수 있는 건 다 챙겨야겠네요! 손난로도 챙겨가고 카메라도 챙길 거예요! 할머니처럼 저희도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 가요."

 

"그래, 손난로도 좋은 생각이구나. 할머니는 항상 내 주머니에 손난로를 넣어주곤 하셨어."

 

[대화]

카메라를 들고 도시락통과 보온병을 찍는 한지를 보며 파렌스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도시락통과 보온병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된 것 같구나. 아가, 따뜻한 외투는 챙겼니? 새벽 바다는 생각보다 쌀쌀하단다."

 

파렌스는 현관으로 향하며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그의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깊어졌다.

 

"그럼요!! 따뜻한 옷은 필수!"

 

한지는 목을 가다듬더니 할아버지 흉내를 냈다. 한지는 입을 외투를 어제 잠들기 전에 미리 챙겨놨었다. 

외투를 걸친 한지는 할아버지 겉옷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후 소중히 쥐었던 손난로를 넣었다. 귀여운 붕어빵 모양의 손난로였다.

 

한지가 자신의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자 파렌스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붕어빵 모양의 귀여운 손난로를 발견하고 그의 투박한 손이 주머니 속의 손난로를 살짝 어루만졌다.

 

"이런... 아가가 이런 것까지 준비했구나."

 

파렌스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의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더 깊어지며 한지를 바라보았다.

 

"준비가 다 됐으면 이제 출발하자. 차는 이미 앞에 세워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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