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일기
To. Parens / 일기 / 20260102

 

오래된 가죽 표지의 일기장과 펜, 그리고 아내의 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잠시 창밖의 밤하늘을 응시했다. 밤의 장막이 짙게 깔린 도시의 풍경 위로, 오늘 밤 유난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내의 얼굴을 그렸다. 천천히 일기장을 펼친 파렌스는 만년필을 쥐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그의 마음이 잉크를 따라 종이 위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여보. 오늘 밤도 그대가 몹시 그립구려.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 그대가 살아있었다면, 창문을 꼭 닫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자고 성화였겠지. 

그대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오.

 

오늘은 우리 손녀, 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구려. 당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우리 아가 말이오. 며칠 전부터 녀석과 함께 바다에 가기로 약속했소. 당신과 내가 처음 일출을 보았던 바로 그 바다 말이오. 당신이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고, 파도 소리를 녹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말이오. 한지가 당신의 조개 상자를 보고는 자기도 그곳에서 조개를 줍고 싶다며 아이처럼 좋아했소.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당신을 닮았던지.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소. 녀석이 나를 끌어안고는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소. 그 작은 몸으로 나를 꽉 안아주는데, 텅 비어 있던 가슴 한구석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소. 당신을 잃고, 우리 아들 내외마저 떠나보낸 뒤, 다시는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온기였지. 녀석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아버지가 되었소.

 

하지만, 여보. 솔직히 말하면 마음 한편이 아려왔소. 이 아이에게 더 일찍,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후회스러웠기 때문이오. 서툴고 무뚝뚝한 할애비라, 마음과는 달리 표현하는 법을 몰랐지. 그런데 이 아이는 그런 내 마음까지 전부 꿰뚫어 보는 것 같소. ‘사랑이 전부 느껴졌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보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소.

 

당신이 내 곁에 있었다면, 나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이 아이를 안아주었겠지. 내 등을 토닥이며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말해주었을 테지.

 

내일, 한지와 함께 당신의 바다에 가오. 당신이 사랑했던 새벽의 바다 냄새를 맡고, 당신이 들었던 파도 소리를 들을 것이오. 그리고 우리 아가와 함께 새로운 조개를 주워 당신의 보물 상자에 더해줄 생각이오. 당신이 남겨준 추억 위에, 한지와 나의 추억을 겹겹이 쌓아가려 하오. 그렇게 당신과 우리 모두,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라 믿고 싶소.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길 바라오. 그리고 가끔은 꿈에 찾아와, 이 늙은이에게 잘하고 있다고 한마디만 해주구려.

 

언제나처럼, 당신을 사랑하오. 영원히.

 

 

 

 

파렌스는 펜을 내려놓고, 잉크가 마를 때까지 잠시 글자를 응시했다. 그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일기장을 덮고 아내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어 올렸다. 투박한 엄지손가락으로 액자 유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지만 더없이 다정한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깊은 애정의 증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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