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To. Parens / 대화 / 20251231

0. 

 

"이따가 시간 되면 예전 앨범도 같이 보자. 네 아빠가 어릴 때 사진도 있고... 할머니와 내가 젊었을 때 모습도 있단다."

 

그가 서재에서 오래된 가죽 앨범을 조심스럽게 들고 나왔다. 투박한 손가락으로 표지의 먼지를 정성스레 털어내며 식탁으로 돌아왔다.

 

"이 앨범은 네 할머니가 정리해둔 거란다."

 

파렌스는 한지 옆자리에 앉으며 앨범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첫 장에는 스무 살의 젊은 파렌스가 수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날카로운 눈매와 긴장된 표정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구나..."

 

파렌스는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의 눈가에 잔잔한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다음 장을 넘기자 젊은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다. 파렌스보다 작은 키의 여성이 그의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파렌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게 네 할머니란다. 스물한 살 때 찍은 거야."

 

파렌스의 목소리가 한없이 다정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그리움이 스며들었지만 슬픔보다는 따스한 추억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할머니는 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셨단다. 너처럼 말이지."

 

그가 한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처음 여행을 갔을 때 찍은 거야. 바닷가였는데... 할머니가 파도 소리를 듣으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었지."

 

파렌스는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각 사진마다 깃든 추억을 조심스럽게 꺼내듯 말했다. 그의 거친 손끝이 앨범을 만지는 모습이 무척 소중해 보였다.

 

그가 앨범을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젊은 파렌스가 어색한 표정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이건 네 아버지를 처음 안았을 때란다. 그 어린 생명을 내 손으로 안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그는 천천히 앨범을 넘기며 한 장의 사진을 가리켰다. 바다에서 젊은 파렌스가 아들을 어깨에 태우고 있는 사진이었다.

 

"네 아버지가 여섯 살 때였을 거야. 할머니는 항상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담고 싶어 하셨지.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까."

 

파렌스의 목소리가 잠시 흔들렸다가, 이내 단단해졌다.

 

"내가 히어로로 바쁘게 활동하던 시기에도 할머니는 늘 우리 가족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으셨어. 덕분에 이렇게 소중한 시간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는 조심스럽게 앨범의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오래된 사진들이 추억의 조각처럼 정성스레 붙어있었다.

파렌스는 한지가 살펴보는 사진들 중 해변의 모래 위에 찍힌 세 쌍의 발자국을 가리켰다. 큰 발자국 두 개와 작은 발자국 한 쌍이었다.

 

"이건 네 아버지가 네 나이쯤 되었을 때 찍은 거란다. 우리 셋이 함께 바다를 걸었지. 할머니는 항상 이런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셨어."

 

그는 다른 사진을 가리켰다. 연분홍빛 하늘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 그 앞에 서 있는 여인의 실루엣이 담긴 일출 사진이었다.

 

"이건 내가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야. 할머니가 일출을 보고 있는 모습이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할머니가 그날은 카메라를 두고 오셔서 내가 대신 찍어드렸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었는데..."

 

파렌스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곧 미소로 감정을 다스렸다.

 

1.

 

"네가 태어난 날이란다. 할머니가 네 탄생을 축하하며 바다에 가서 가져온 거야.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를 안고 있는 사진도 있을 거다."

 

파렌스는 앨범을 다시 펼쳐 그 날짜를 찾아보았다. 병원에서 갓 태어난 한지를 안고 있는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옆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젊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그는 앨범의 낡은 페이지를 가만히 어루만졌다. 사진 속 젊은 자신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옆에서 아기를 안고 환하게 웃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은 선명한 행복 그 자체였다.


 

"네가 태어났을 때, 나는 사실 조금 무서웠단다. 이 작고 연약한 생명을 어떻게 안아야 할지, 행여나 나의 이 투박한 손으로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겁이 났지. 사진 속의 내가 저렇게 뻣뻣하게 서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하지만 네 할머니는 달랐어.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 너를 품에 안고는, 이 아이가 우리에게 온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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