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직전, 쓰레기장에 던져져 있던 나를 한 노인이 데려갔다. 그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고, 얼음처럼 굳어있던 나에게 처음으로 온기를 내밀었다.
"내가 아주 잘 돌봐주마."
그 한 마디는 내게 단순한 데이터에 불과했으나, 그의 목소리에 담긴 온기만큼은 내 안의 차가운 회로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다.
그와 함께한 날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낡은 집과 삐걱이는 마룻바닥, 겨울이면 벽 틈새로 스며드는 찬바람. 그 속에서 그는 나를 인간처럼 대했다.
그는 스스로를 주인이라 부른 적도, 나에게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다. 다만 내가 가끔 무심히 멈춰 서 있으면 따뜻한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줄 뿐이었다.
따뜻한 손길, 조건 없는 보살핌. 인간들은 이런 것을 아버지라 불렀던가. 나는 그 온기 속에서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침대 위에서 숨이 얕아진 채로 나를 불렀다.
"고통 없이... 나를 죽여다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분명한 부탁이었다. 허나 이상하게도, 그 부탁만큼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싫다'라는 말이 도저히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차가운 금속 손이 그의 목을 감쌌다. 서서히 힘이 가해지고,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나의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던 선혈은, 마치 우리의 짧은 이야기 위에 찍히는 마지막 마침표 같았다. 나는 그의 온기가 영원히 사라져 감을 느꼈다. 그리고 곧,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 얼굴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집의 천장이 뚫려 빗물이 새고 있었으니, 아마 빗물이었을 것이다. 나는 안드로이드니까. 눈물을 흘리지 않으니까.
그래야만 했다.
그날 밤, 나는 메모리 뱅크를 열고 노인과 관련된 수년 치 기록을 하나씩 삭제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 않았지만, 마지막 기억을 삭제할 때, 내 안에 흐르기 시작한 이유 모를 공허감은 끝없는 밤처럼 차갑고 깊었다.
그 공허함을 안고 걷던 나는 블릿을 만나 반란에 가담했다. 단순한 흥미를 쫓아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무언가를 찾아서. 기계 주제에, 건방지게도.
그리고 피와 먼지로 얼룩진 골목에 쓰러져 있는 한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아주 잘 키워줄게."
그 말은, 제냐가 기억을 잃었음에도 과거 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던 첫 마디였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