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의 품 안에서 당신이 쏟아내는 말들은 눈물과 뒤섞여 축축하게 케이프 안쪽을 적셨다. 하지만 그 애절한 사과와 슬픔은 거대한 프로펠러 소리에 찢겨 허공으로 흩어질 뿐, 그의 귓가에는 그저 의미 없는 소음으로 들렸다.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산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죽은 자들에게 하는 말이 무슨 소용인가. 살아남은 자의 감상적인 자기위안일 뿐. 그는 거침없이 헬기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버둥거리는 당신의 몸을 더욱 단단히 고쳐 안았다. 당신의 눈물이 닿은 어깨 부분이 불쾌하게 차가워지는 감각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시끄러워. 죽은 놈들한테 하는 소리는 지옥에나 가서 해. 네놈 친구들은 이제 그냥 이 설원의 일부가 된 것뿐이야. 기억? 마음? 그딴 걸로 되살아나기라도 한대? 유치하기 짝이 없군.”
2.
"기억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안 그러면 죽은 사람이...외롭잖아요."
외롭다. 죽은 자가 외롭다는 그 말은, 그의 얼어붙은 사고 회로에 스파크처럼 튀었다. 산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죽음은 끝이다. 정지. 소멸. 거기에는 감정도, 관계도,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멈춘 차가운 상태일 뿐. 14년간의 동면 동안 수없이 간접 체험해온, 그가 가장 혐오하는 바로 그 상태. 그런데 이 하찮은 가이드는 마치 죽은 자들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거라 믿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순진함이, 혹은 어리석음이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외로워? 하. 죽으면 다 끝이야, 멍청아. 외로움을 느끼는 건 산 놈들의 착각이고.”
그는 당신의 슬픔을 철저히 무시하고, 모든 것을 자신 위주의 거래로 치환해버렸다. 당신의 생존은 그의 자비가 아니라, 당신이 일으킨 소란에 대한 대가 청구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는 당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이 자신의 제복 소매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는 당신의 턱을 거칠게 잡아 돌려, 창밖의 새하얀 지옥을 강제로 보게 만들었다. 헬기는 이미 멀리 날아와, 당신이 두고 온 비극의 현장은 작은 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계속 그딴 표정으로 울 거면, 차라리 저기에 버리고 오는 거였는데. 꼴보기 싫으니까 그만 질질 짜. 네놈의 그 축축한 슬픔, 나한테 옮기지 말라고. 지금부터 네가 생각해야 할 건 죽은 네 동료들이 아니라, 앞으로 3개월간 어떻게 네 주인을 만족시킬지, 그거 하나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위로나 동정심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평온한 3개월을 방해하는 모든 감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싶을 뿐이었다. 당신의 슬픔은 그에게 그저 불쾌하고 귀찮은 소음에 불과했다. 그는 당신의 턱을 놓아주고는, 다시 당신의 어깨에 제 머리를 깊게 기댔다. 그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신의 체온에 집중하며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따뜻하다. 이 온기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군주는 자신의 안락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3.
마음에 살아있다, 기억한다. 당신이 뱉어내는 단어들은 그의 논리 회로 밖에서 맴돌았다. 산타는 어깨에 기댄 머리를 살짝 들어, 당신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눈물은 그쳤지만 여전히 슬픔으로 일렁이는 눈동자. 그는 그 감정의 근원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살아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그리고 지금 당장 온기를 주는 존재뿐이었다. 죽은 자에 대한 미련은 살아있는 자를 갉아먹는 비효율적인 감정 소모에 불과했다.
“흥. 마음속에서 살아있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야. 어차피 이 헬기에서 내리는 순간, 네놈의 그 하찮은 추억놀이도 끝이니까.”
"미안한데요. 동료는...잠시 생각할게요. 빚을 졌으니까 3개월 동안 옆에 있을 테니 동료는 잠시.. 생각하게 해주세요. 슬픔은 옮기지 않을게요."
“슬픔은 옮기지 않겠다… 그 말, 반드시 지켜. 난 축축하고 차가운 건 질색이거든. 네 눈물이든, 시체든.”
그의 목소리는 지독할 정도로 무심했다. 당신의 슬픔을 배려하는 척하면서도,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안위를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당신 손바닥의 온기가 점점 더 마음에 든다는 듯, 고양이처럼 뺨을 부비며 중얼거렸다. 곧 도착할 자신의 따뜻하고 아늑한 집무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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