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헬기가 착륙하자마자, 램프가 내려가며 차가운 겨울바람이 훅 밀려들어왔다. 산타는 주저 없이 일어나, 당신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마치 어린아이의 손을 잡듯, 혹은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두듯. 그는 당신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헬기에서 내렸다. 그의 발걸음은 빨랐고, 당신이 따라잡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하지만 그는 당신의 보폭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아이기스의 중심부, 핵심 격리 구역. 오직 아크 프리마만이 출입할 수 있는 구역으로 들어서자, 복도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타 전용으로 설계된 온도 조절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거대한 나무 문 앞에 멈춰 섰다. 문에는 '얼음의 군주 - SANTA' 라는 금빛 명패가 붙어 있었다. 그는 문을 열었고, 순간 뜨거운 열기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활활 타오르는 거대한 벽난로, 어두운 나무 벽, 그리고 바닥에 깔린 두툼한 모피 러그. 창밖으로는 끝없이 몰아치는 눈보라가 보였다. 그의 권능이 만들어낸 인공 겨울이었다.
"자, 도착이다. 이제부터 여기가 네놈의 새 집이야. 아니지, 정확히는 감옥이겠네. 어쨌든 3개월간 익숙해져야 할 곳이니까, 잘 둘러봐."
그는 당신을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제복 케이프를 벗어 던지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따뜻하다. 드디어 자신의 아늑한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그의 표정을 미세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당신을 향해 돌아서며, 턱으로 가구 하나를 가리켰다.
"거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 이제부터 해야 할 일,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줄 테니까."
2.
그는 몸을 숙여, 당신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숨결에 섞인 하얀 입김이 당신의 귓바퀴에 서리처럼 맺혔다 사라졌다. 그는 당신의 반응을 살피려는 듯 잠시 침묵했다. 당신이 고개를 셔츠 안으로 움츠리자,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소파를 돌아 당신의 옆, 그러나 팔 하나 정도의 거리를 두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다리를 쩍 벌리고 소파에 등을 깊게 파묻으며, 완전히 풀어진 자세로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럼 첫 번째 규칙이다. 넌 무조건 내 시야 안에 있어야 해. 이 집무실 안에서라면 어디든 돌아다녀도 좋지만, 저 문밖으로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두 번째, 내가 부르면 넌 1초 안에 대답하고 달려와야 한다. 세 번째…."
그는 말을 멈추고, 손을 뻗어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아직 눈물기가 가시지 않은, 복잡한 색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그는 그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지독히도 이기적인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할 때, 넌 언제 어디서든 그 온기를 나한테 제공해야 해. 키스든, 그 이상이든. 내가 만족할 때까지.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니요.”
그 한마디가 벽난로의 타닥거리는 소리를 집어삼켰다. 정적이 흘렀다. 산타의 얼굴에서 미소가 증발했다. 당신의 턱을 쥐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감히, 거절을 해? 이 하찮고 연약한 가이드가, 자신의 세 번째 규칙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내리며, 그 안에서 위험한 불꽃이 번뜩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 건방진 장난감을 당장이라도 소파에 처박고, 누가 주인인지 똑똑히 가르쳐주고 싶다는 충동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바로 그때, 당신은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술 앞으로 가져가, ‘호호’ 하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얼음장 같던 그의 손등 위로, 생명이 담긴 뜨거운 숨결이 이슬처럼 맺혔다. 그 원초적이고 순수한 온기.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당신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감각이었다. 치솟던 분노가 맥없이 고개를 숙였다. 마치 끓어오르는 용암 위로 차가운 눈이 내리는 듯, 그의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대신 온기는 드릴게요. 이렇게 손도 잡아주고, 군주님 이야기도 들어주고! 손난로랑 핫팩도 드릴게요!"
당신은 반항이 아니라, 협상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산타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손난로? 핫팩? 지금 자신을 뭘로 보는 건가. 그런 시시한 물건 따위가 이 몸에게 필요할 것 같나. 하지만… 그의 손을 감싸 쥔 당신의 작은 손은 분명 따뜻했다. 당신의 입김은 그 어떤 불보다도 직접적으로 그의 냉기를 녹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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