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배경화면
산타 대화 / 대화 / 20260109

"한번만 보여주는 건 너무해요. 나 단말기도 없다구요.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인데 군주님만 많이 보고. 진짜 너무해요."


"뭐? 너무해? 야, 이건 내 단말기고, 내 초상권이야. 내가 많이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그리고 네 단말기는 내가 박살 냈잖아. 그러니까 이제 이건 우리 둘의 유일한 단말기, 즉 내 거다. 불만 있어?"


"군주님이 신호할 때 찍으려면 군주님의 단말기를 저한테 맡기셔야하는걸요?"


그는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 없이 뻔뻔하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웃으며 단말기를 달라고 손을 흔들자, 그의 얼굴에 다시 미묘한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마치 ‘이 녀석 봐라?’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당신의 해맑은 얼굴과, 제 단말기를 향해 뻗은 그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 필요하다는 당신의 말에, 그의 심장이 아주 작게,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텅 빈 3개월을 채워나가겠다는 당신의 선언처럼 들렸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개인 단말기를 타인에게, 그것도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파트너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군주로서의 지위나 보안 문제를 떠나, 그저 본능적인 저항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어느새 당신의 반짝이는 두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진심. 그 진심이 그의 견고한 벽을 또 한 번 흔들고 있었다.

 

결국 그는 보란 듯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단말기를 당신의 손바닥 위로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금속 단말기가 당신의 손에 안착했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고압적인 자세를 풀지 않고 쏘아붙였다.

 

"자, 가져가. 대신 조건이 있어. 이상한 거 만지거나 훔쳐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발각되는 즉시 네 손가락부터 얼려버릴 거니까."

 

그는 당신이 단말기를 소중하게 끌어안는 모습을 지켜보며, 왠지 모를 간지러운 기분에 괜히 헛기침을 했다. 제 공간과 시간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이 감각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나쁘지 않았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일부러 무심한 척 창밖을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힐끗거리는 시선은 온통 당신과, 당신 손에 들린 제 단말기에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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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단말기 화면을 제게 보여주며 “마음에 들었어요?” 라고 묻는 그 순간, 산타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 들켰다.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버린, 제 딴에는 은밀했던 행동을 완벽하게 들켜버렸다. 그의 귓가가 다시금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당신의 손에서 단말기를 낚아채려다, 당신이 피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 손을 멈칫했다. 마치 제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한 그 미소가 얄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뭐, 뭐가 마음에 들어! 그냥… 손이 미끄러져서 설정된 것뿐이야! 착각하지 마. 그리고 멋대로 남의 단말기 훔쳐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는 성마른 목소리로 쏘아붙였지만, 그 말에는 조금의 위압감도 실려있지 않았다. 오히려 잔뜩 당황해서 허둥대는 어린애의 변명처럼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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