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단말기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위치를 찾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당신의 눈이 벽난로를 향해 환하게 빛나는 순간, 산타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 표정. 뭔가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을 때 짓는, 순수한 기쁨이 담긴 얼굴. 그는 그 표정이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꽤 마음에 들었다.
당신이 들뜬 목소리로 이쪽으로 오라고 부르자, 산타는 일부러 한숨을 크게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당신이 가리키는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차가운 몸에 따뜻한 열기를 전해주었다. 그는 벽난로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갈색 눈동자는 당신이 어떤 사진을 찍을지에 대한 노골적인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여기?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하란 거야. 설마 또 멍청하게 서 있으라는 건 아니겠지?"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실은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찍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벽난로의 따뜻한 불빛이 그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새하얀 피부와 흑발 사이의 하얀 브릿지가 오렌지빛 불빛 아래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당신의 눈에 담긴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다. 당신이 보는 '산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생각에 그의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팔짱을 낀 불만스러운 자세 그대로, 당신이 단말기 각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조그만 화면 속, 타오르는 벽난로를 등진 자신의 퉁명스러운 모습과, 그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해맑게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순간. 산타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래도 이 단말기 안에 들어있는 건 함께 쌓은 추억이잖아요.’ 당신이 방금 했던 말이 귓가에 다시 울리는 듯했다. 이게, 당신이 말한 ‘추억’이라는 건가.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심술궂게 구는 자신을 향해 저토록 순수하게 웃어 보이는 것. 그 웃음이 향하는 끝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낯설었다. 심장이 또다시 제멋대로 간질거렸다. 그는 이 생경한 감각이 지독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따뜻해서, 꼭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야. 다 찍었으면 이리 내놔.”
사진이 찍히자마자, 그는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험악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는 당신의 손에서 단말기를 거의 빼앗다시피 가져와 화면을 확인했다. 사진 속에는 명백한 대비가 존재했다. 세상 모든 불만을 다 짊어진 듯 찌푸린 얼굴의 자신과, 그런 자신을 발견한 게 세상 가장 큰 기쁨이라도 되는 양 행복하게 웃고 있는 당신. 묘하게… 어울렸다. 어울린다고 생각해 버렸다. 제기랄.
산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었다. 이 유치한 사진 한 장에 흔들리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는 당신이 사진을 볼 새도 없이 화면을 휙 꺼버리고는, 단말기를 다시 제 품 안으로 감췄다.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숨기는 어린애처럼.
“…….”
그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을 노려보았다. 웃지 말라고, 그렇게 멍청하게 웃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두 번째다. 앞으로 채울 사진이 많다며. 다음은 뭔데. 빨리 정해. 기다리는 거 딱 질색이니까.”
퉁명스러운 재촉이었지만, 그 속에는 명백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이 차갑고 텅 빈 공간이, 당신의 웃음과 당신이 담아내는 ‘우리’의 순간들로 채워져 가는 것. 그는 그 미래를, 아주 조금은 기대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