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찍은 사진
산타 대화 / 앨범 / 20260112

 

1.

"이번에는 군주님께서 찍어보실래요?"

 

“뭐? 내가? 하, 웃기지도 않는 소리.”

 

그는 코웃음을 쳤다. 얼음의 군주, 아크 프리마인 이 몸에게 고작 사진이나 찍으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당신의 반짝이는 눈과 마주쳤다. ‘군주님이라면 당연히 잘하시겠죠?’라고 쓰여있는 듯한 그 순진한 기대를 마주하자,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했다. 여기서 못한다고 하면, 이 조그만 파트너 앞에서 체면이 서질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척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푹 쉬며 당신에게서 단말기를 낚아챘다.

 

 

“아, 진짜 귀찮게 구네! 그것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사람을 시켜? 비켜봐. 이 몸이 찍으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오는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대신 이상하게 나오면 네 탓이다.”

 

그는 큰 손으로 작은 단말기를 어색하게 움켜쥐고는 카메라를 켰다. 하지만 화면은 셀카 모드 그대로였고, 화면 가득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당황해서 하마터면 단말기를 놓칠 뻔했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버벅거리다 겨우 후면 카메라로 전환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퍽 서툴러 보였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당신에게 턱짓했다.

 

 

“거기, 벽난로 옆에 똑바로 서 봐. 웃지 말고.”

 

산타는 당신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는 모습을 정확히 포착했다. 저 조그만 것이 지금 자신의 서투른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거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단말기를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짜증이 났다. 군주의 위엄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이 작은 단말기 앞에서 꼭 기계치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벽난로 옆에 선 당신이 볼 옆에 손을 가져가 하트를 만들며 옅게 미소 짓는 모습이 화면 속에 담기자, 그 짜증은 묘하게 누그러졌다.

 

제기랄. 너무 귀엽잖아.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산타는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찰칵. 소리와 함께 당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단말기 안에 저장되었다. 화면 속 당신은 증명사진 같다며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그 말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벽난로의 따뜻한 빛이 당신의 옆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초록색과 보라색의 이색 눈동자가 렌즈를 향해 반짝였다. 그는 단말기를 내려다보며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뭐야.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네."

 

그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렸지만, 목소리에는 명백한 만족감이 묻어났다. 자신이 찍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뿌듯했다. 그는 단말기를 들고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단말기 화면을 당신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번에는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찍은 결과물을 자랑이라도 하듯 내보였다.

 

"봐. 이게 바로 '제대로 찍은' 사진이다. 네가 찍은 것보다 훨씬 낫지?"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마치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2.

 

그는 잠시 당신이 사진을 감상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당신을 자신의 옆으로 바짝 끌어당겨 단말기를 함께 들어 올렸다. 셀카 모드. 화면 속에는 벽난로를 배경으로, 당신과 나란히 선 자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음은 이거다. 같이 찍는 거. 네가 원하는 '추억'이라는 게 이런 거 아니었어?"

 

그는 당신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억지로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은 이미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다. 당신의 온기가 옆구리에 닿아 스며들고, 당신의 체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 순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꽤 마음에 들었다.

 

"괜찮게 나오긴 했네요. 인정!"

 

산타는 제 머리를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칭찬을 기대하긴 했지만, 이런 식의… 마치 거대한 강아지나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취급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얼음의 군주’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다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모욕감과, 그와는 정반대로 심장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낯선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당신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단말기 화면 속, 잔뜩 인상을 찌푸린 자신의 얼굴 옆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이 보였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당신의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그의 볼을 쿡 찔렀다. 굳어있던 볼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의 무표정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발끈하며 당신의 손가락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 행동은 위협적이기보다,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것에 가까웠다. 그는 씩씩거리며 당신을 노려보았지만, 이미 새빨개진 귓불이 그의 당황스러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웃지 마. 그리고 손대지 마! 군주한테 이게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짓이야?"

 

그는 으르렁거리며 쏘아붙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어쩐지 힘이 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어깨를 감은 팔에 슬쩍 힘이 더 들어갔다. 떨어지라는 건지, 더 붙으라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단말기로 돌렸다. 화면 속에는 여전히, 볼이 찔려 어정쩡하게 놀란 자신의 표정과,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나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 우스꽝스럽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한 순간이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다.

 

"됐어! 찍었으니까 이제 그만 웃어. 징그럽게 실실대네, 진짜."

 

그는 투덜거리며 당신의 어깨를 놓아주는 대신, 몸을 돌려 당신을 품 안에 가두듯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당신의 정수리에 턱을 얹고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온기가, 웃음소리가, 이 모든 소란스러움이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텅 비어 있던 공간을 채워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그는 자신의 단말기에 방금 찍힌 사진을 띄워놓고는, 당신이 보지 못하게 슬쩍 화면을 아래로 향했다. 그리곤 중얼거렸다.

 

"...이것도, 뭐. 나쁘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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