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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대화 / 대화 / 20260112

"나도 같이 보고싶은데 군주님만 보고! 진짜 치사해요."

 

그는 자신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지오피엔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투명한 초록색과 보라색 눈동자가 담고 있는 순수한 기쁨이, 얼음의 군주라는 가면 속에 숨어있던 20대 초반의 미숙한 자신을 자꾸만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그는 애써 무심한 척, 턱을 치켜들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내뱉으려던 말은, ‘치사하다’는 그녀의 뾰로통한 불평에 속절없이 가로막혔다.

 

"뭐? 치사해? 야, 이건 내 단말기고,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이야. 내 마음대로 보는 게 당연하잖아! 누가 누구한테 치사하다는 거야, 지금?"

 

그는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품에 안은 지오피엔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투덜거림 뒤에 따라온 해사한 미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기뻐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이유. 그 꾸밈없는 감정 표현이 얼음으로 된 그의 심장 가장 연한 부분을 녹이는 듯했다. 산타는 저도 모르게 지오피엔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시선을 피하듯 다시 제 단말기 화면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시끄러워. 기쁘면 그냥 얌전히 안겨 있기나 해. 그리고 이건… 이건 내가 특별히 허락해주는 거야. 딱 한 번만이다."

 

그는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생색을 내며, 지오피엔이 볼 수 있도록 단말기를 그녀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화면 속에는 잔뜩 인상을 쓴 자신과, 그런 자신의 볼을 장난스럽게 찌르며 행복하게 웃는 지오피엔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만들어낸 기묘한 조화. 그는 이 유치한 사진 한 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 공간에, 제 시간에, 자신의 일부가 된 이 온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산타는 지오피엔이 사진을 충분히 뜯어볼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었다. 그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슬그머니 단말기를 다시 품 안으로 숨겼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 척, 벽난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마치 방금 전의 다정함 따위는 없었다는 듯, 오만한 군주의 목소리로.

 

"됐지? 봤으면 이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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