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 책상 사진
산타 대화 / 앨범 / 20260113

1. [거대한 원목 책상을 배경으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짐짓 위엄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산타의 사진]

 

“네가 찍어. 대신… 이번엔 제대로 찍어 봐. 배경은… 저기. 내 책상. 거기가 제일 비싼 거니까, 배경으로 쓰기엔 충분하겠지.”

 

그는 턱짓으로 방 한쪽 구석, 거대한 원목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집무 책상을 가리켰다. 군주의 권위와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방의 또 다른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그는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의자에 기대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다시 완벽한 군주의 가면을 쓴 채, 당신을 향해 고갯짓했다. 찍어보라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당신이 만들어낼 ‘추억’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찰칵-’ 맑은 촬영음과 함께 당신의 말이 그의 귓전을 때렸다. ‘군주님이 업무를 보실 때 이런 모습이 되신다는 거죠?’ 젠장. 꿰뚫리고 있었다. 일부러 무게를 잡고, 가장 군주다운 장소를 배경으로 삼아 위엄을 되찾으려던 속셈이 너무나도 쉽게 간파당했다. 산타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굳혔다. 세차게 흔들리던 동공은 이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당신의 그 순진무구한 얼굴과 대비되는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그의 방어벽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헛기침을 하며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당신이 찍은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박제되었다는 사실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당신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또다시, 마치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확인하듯, 당신의 손에서 단말기를 채가기 위해서였다. 그의 얼굴에는 ‘방금 그 말 취소해’라고 말하는 듯한 불만이 가득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는 거칠게 쏘아붙이며 단말기 화면을 확인했다. 거대한 원목 책상을 배경으로, 잔뜩 무게를 잡고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 제법 그럴듯했다. 군주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위압감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사진을 찍은 당신이 자신을 놀려댔다는 사실이 더해지자, 이 완벽해 보이는 구도는 순식간에 우스꽝스러운 연출 사진처럼 느껴졌다. 그는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

 

산타는 말없이 사진을 손가락으로 두어 번 쓸어보다가, 이내 당신을 홱 노려보았다. 당신이 진짜 자신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속마음 따위는 알 리 없는 그는, 그저 이 유치한 놀림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을 뿐이었다. 

 

 

2. [거대한 원목 책상을 배경으로 의자에 앉아 산타를 흉내 내는 지오피엔과, 그런 지오피엔을 내려다보는 산타의 모습이 담긴 사진]

 

그는 당신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이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거대한 의자에 당신을 털썩 앉혔다.

 

“됐고. 다음. 이번엔 네가 앉아봐. 감히 군주의 자리에 앉는 영광을 줄 테니, 어디 한번 그에 걸맞은 표정이라도 지어보시지.”

 

그는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당신을 완전히 가두는 듯한 자세로 위에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당신의 정수리 위로 쏟아졌다. 이것은 명백한 역공이었다. 놀림에 대한 복수이자, 이 사진 놀이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그의 유치하고도 오만한 반격이었다. 그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어디 한번 당해봐라.’

 

‘군주가 사진을 찍는데 감히 화면을 안 봐?’

 

산타는 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그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등 뒤에서 누군가 얼음 창이라도 쑤셔 박은 듯, 온몸의 움직임이 멈췄다. 방금 전까지 지오피엔을 제 의자에 앉히고 의기양양하게 내려다보던 군주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의 뇌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저건, 명백히 자신의 말투였다. 자신이 숱하게 내뱉었던,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그 말투. 그 말투를 고스란히 흉내 내며, 감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을 향해 되돌려주고 있었다. 그것도 저렇게… 즐거워 죽겠다는 얼굴로.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 단말기를 높이 쳐든 채, 자신을 올려다보며 유쾌하게 웃고 있는 지오피엔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그 작은 몸으로 자신의 흉내를 내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젠장, 이건 반칙이다. 이런 식의 역공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심장이 아까보다 더 시끄럽게,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굴욕적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재밌었다.

 

 

찰칵-.

 

사진이 찍히는 소리와 함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뾰족한 송곳니가 입술 사이로 드러났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댔던 팔을 풀어, 지오피엔이 앉은 의자를 빙글 돌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만들었다. 의자는 부드럽게 회전하며 멈춰 섰고, 두 사람의 무릎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야. 방금 그거 뭐냐. 누가 그딴 식으로 말하래. 아주 버릇이 없어.”

 

목소리는 여전히 으르렁거렸지만, 웃음기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지오피엔의 손에서 단말기를 부드럽게 빼앗아 들었다. 방금 찍힌 네 번째 사진을 확인했다. 의자에 앉아 한껏 거만한 표정을 흉내 내는 지오피엔과, 그런 지오피엔을 어이없다는 듯 내려다보며 웃음을 참고 있는 자신의 모습. 이 사진은 이전의 그 어떤 사진보다도 더… 이상하고, 유치하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산타는 자신도 모르게 사진 속 지오피엔의 얼굴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었다. 자신을 흉내 내는 그 모습이 퍽 귀엽다고, 그런 위험한 생각을 해버렸다. 이 사진은 절대, 절대로 지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당신이 볼까 봐 황급히 단말기 화면을 끄고, 이번에도 제복 안주머니 깊숙이 숨겼다. 그러고는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리려는 듯 말했다.

 

 

3. [의자에 앉아 거만한 표정을 짓는 지오피엔과, 코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산타의 모습이 담긴 셀카]

 

“시끄럽고, 계속 거기 앉아있어. 다음 사진은 거기서 찍을 거니까. 대신, 이번엔 진짜 군주다운 표정으로 찍어주지.”

 

그는 방금 전의 굴욕을 만회하려는 듯, 다시 한번 오만한 군주의 가면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지오피엔이 앉은 의자 손잡이를 양손으로 짚고, 허리를 깊게 숙여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얼굴에 지오피엔은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의 뜨거운 입김이 섞인 차가운 한기가 훅 끼쳐왔고, 쾌활하게 빛나는 갈색 눈동자가 장난기 가득한 빛을 띠며 지오피엔을 똑바로 응시했다.

 

“어디 보자… 군주는 부하 직원이랑 사진 찍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그것은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그는 제복 주머니에서 숨겨뒀던 단말기를 다시 꺼내 들고,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카메라를 켰다. 화면에는 그의 의자에 갇힌 채 당황한 지오피엔의 얼굴과, 그런 지오피엔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의 얼굴이 가득 찼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셔터를 누를 타이밍을 쟀다.

 

'지금은 산타씨가 부하직원이라는 건 알죠?’

 

산타의 뇌가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방금 전 자신이 던졌던 말을 그대로 받아쳐, 상황을 완벽하게 뒤집어버렸다. 군주의 자리에 앉은 것은 지오피엔이고, 자신은 그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 바치는 ‘부하’가 되었다. 다리를 꼬고 오만한 표정까지 흉내 내는 그 모습은, 조롱을 넘어선 완벽한 지배 선언이었다. 산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 단말기를 든 손에 힘이 빠질 뻔한 것을 간신히 버텼다. 얼굴이 홧홧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굴욕을 넘어선, 명백한 농락이었다.

 

‘찰칵-’

 

겹쳐진 두 사람의 손가락이 함께 버튼을 눌렀다. 다섯 번째 사진이 찍혔다. 화면 속에는, 거만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가짜 군주’ 지오피엔과, 그런 그녀를 코앞에서 내려다보며 경악과 당혹, 그리고 차마 감추지 못한 웃음기가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짜 군주’ 산타의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은 완벽한 패배의 증거였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허-’ 하고 실소를 터뜨리며 허리를 일으켰다.

 

“야. 너 진짜 죽고 싶냐? 부하? 산타씨? 아주 그냥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지, 지금?”

 

그는 성큼성큼 뒤로 물러나, 마치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처럼 굴었지만, 씰룩이는 입꼬리는 그의 즐거움을 숨겨주지 못했다. 그는 단말기를 보란 듯이 흔들며 당신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분노보다, ‘이 재미있는 상황을 어쩔 거냐’는 듯한 장난기가 더 가득했다. 그는 이 작은 가이드가 자신을 쥐고 흔드는 이 게임이, 지독하게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건 지난 14년간의 동면과 각성을 통틀어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그래서 가장 자극적인 3개월이 될 것이 분명했다.

 

 

4. [대형 스크린 앞에서, 화면 속 자신의 당황한 표정을 어설프게 따라 하고 있는 산타의 모습이 담긴 사진]

 

산타는 방금 찍은 사진을 한참 노려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단말기를 조작했다. 그러고는 거대한 집무실 벽면의 가장 큰 스크린에, 방금 찍은 다섯 번째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띄워버렸다. 화면 가득 채워진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지오피엔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는 그 반응을 즐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그의 새로운 반격이었다.

 

 

“봐, 파트너. 이게 지금 네 꼴이야. 감히 군주 흉내나 내는 어설픈 애송이. 그리고 이건… 그런 애송이한테 놀아난 멍청한 군주고. 어때, 마음에 드냐?”

 

그는 팔짱을 끼고 거대한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사진 속 자신의 멍청한 표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옆에서 한껏 의기양양한 지오피엔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그는 이 방에, 이 텅 빈 공간에, 이렇게 유치하고 따뜻한 흔적이 남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는 당신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의자를 빙글 돌려, 아까처럼 당신과 다시 마주 섰다.

 

“다음. 이제 뭐 할 건데. 네가 시작한 소꿉장난이잖아.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부하 직원한테 또 뭘 시킬 건데, ‘군주님’?”

 

"이제 스크린 옆에서 사진 속 표정을 따라하는 부하씨를 찍을 거예요. 거대한 스크린에 나오는 표정을 똑같이 따라해주셔야해요!!"

 

“하! 네가 지금 제정신이야? 내가 왜 그딴 짓을…”

 

말은 그렇게 뱉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지오피엔의 손목을 놓아주고는, 성큼성큼 거대한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명령에 따를 생각 따위 없었는데, 다음 장난이 너무 궁금해서, 그녀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찍을지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는 스크린 속 자신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한참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소꿉장난이었다.

 

산타는 팔짱을 끼고, 입술을 삐죽이며 스크린 속 자신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당혹감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그 복잡한 표정을 어설프게 따라 했다. 완벽한 군주의 체면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수치심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그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가짜 군주’에게 쏘아붙였다.

 

“됐냐? 찍어, 빨리. 더는 못해. 쪽팔려 죽겠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단말기를 든 지오피엔에게서 애써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곁눈질로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쫓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각도에서,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담아낼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궁금했다. 얼음의 군주는, 지금 자신의 작은 파트너가 만들어내는 이 유치하고 따뜻한 장난에 완벽하게 빠져들고 있었다.

 

맑고 경쾌한 촬영음이 울리는 순간, 산타는 잡고 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망할. 끝났다. 그는 어설프게 흉내 내던 표정을 순식간에 풀고, 다시 원래의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왔다.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스크린 속 제 멍청한 얼굴과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는 꼴이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다. 이깟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긴장했단 말인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ஐ.*.˚